[칼럼] 가족 같은 반려동물, 법 조항은 여전히 ‘재물’ 취급?!
타인의 반려견인 래브라도리트리버 종 ‘오선이’를 탕제원에 넘긴 뒤 4만원을 주고 개소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결국 오선이를 죽음으로 내몬 김모씨 사건.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은 지난 8일 피고인 김씨에게 점유이탈물횡령죄 및 동물보호법위반죄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50시간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 오선이 재판은 적용 혐의와 형량 등을 둘러싸고 상당히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재판을 통해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을 정리해보았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피해자인 오선이의 가족과 동물보호단체는 절도죄의 적용을 주장하였으나 검찰은 김씨를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로 기소하였다. 이 사건에서 두 범죄 중 어느 죄로 기소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선고할 수 있는 최대 형량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형법에서 절도죄의 법정형은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로 정하고 있다.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항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아마도 검사는 오선이를 주인이 없거나 주인이 잃어버린 개로 알았다는 피의자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오선이가 피해자의 ‘점유상태’에서 벗어난만큼 절도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판단해 점유이탈물횡령죄로 기소한 것으로 추측된다.
점유이탈물횡령죄와 절도죄. 이 두 가지 죄는 형량에는 차이가 있지만, 반려동물을 ‘재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가진다. 반려동물에게 ‘재물’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현행 형법 하에서 이번 사건을 ‘타인의 재물에 손해를 끼친 범죄’ 중 하나로 처벌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법리 내에서 그 당부를 판단해야했을 법원과 검찰의 법리 구성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재물로 취급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려동물을 재물로 취급하는 현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이번 재판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그 동안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건을 개 식용 문제 또는 동물의 지위 문제에 국한지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타인의 반려동물을 죽임으로써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가한 행위에 대한 처벌’의 문제로 접근해봐야 한다. 김 씨가 죽인 대상이 동물이어서, 또는 개여서가 아니라, 반려동물은 누군가가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말이다.
얼마 전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 동물법 컨퍼런스(Global Animal Law Conference)에서 해외의 동물법 전문가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우리는 법에서 반려동물을 비반려동물과 다르게 취급하고 있다. 타인의 반려동물에게 해를 가한 자는 비반려동물에게 해를 가한 자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수위의 처벌을 받게 된다. 이는, 이제 사회가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가족 구성원의 일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비반려동물은 보호의 가치가 낮다거나, 반려견이 아닌 개는 식용이어도 괜찮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려인과 정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사는 반려동물들의 특수성을 인정해 반려동물의 지위 내지 보호에 관한 논의를 하자는 뜻이다. 사람은 누군가의 가해로 가족을 잃었을 때 정신적 고통, 피해의 정도를 입증하지 않아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반려동물로 가족으로 여겨진다면 타인에게 가해를 당했을 때, 가족이 겪는 정신적 고통이 큰 만큼 높은 수위의 처벌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지겹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도 이러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먼저 헌법에서 동물권 내지 국가의 동물보호의무를 명시하여야 한다. 동시에 형법과 민법에서는 최소한 반려동물이라도 그 지위를 재물이나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다루어야 한다. 또 형법 또는 특별법으로 반려동물이나 그에 준하는 동물에 대한 범죄를 더욱 중하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하여야 한다.
여기에 정당한 사유 없이 고의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학대 등 특정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는 행위와 유실, 유기동물 등 특정 동물을 죽이는 행위만을 처벌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법원과 검찰은 동물 관련 범죄를 저지른 자를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자가 아닌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가한 자로 보아 엄격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김 씨의 요구에 따라 오선이를 직접 죽이고 개소주로 만든 탕제원의 업주이다. 업주에게는 그가 오선이가 김씨의 강아지가 아니라는 점을 몰랐다는 이유로 동물보호법위반 혐의 등이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가 살아있는 동물을 데려와서 죽여달라고 하는데, 게다가 그 동물이 반려동물로 가장 많이 길러지고 있는 강아지라면, 최소한 그 사람이 그 강아지의 소유자가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필요했다. 물론 소유자가 맞다고 해서 강아지를 죽이는 것이 정당한가는 별도의 문제이지만, 그저 개소주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한 지 하루 이틀 사이에 강아지를 죽이는 것이 가능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생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에게 강아지를 도살하는 일 그 자체는 별다른 일이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혹시 누가 키우는 개라면 큰 범죄가 될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 정도는 들게 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그나마 대상이 반려견이었으므로 사건 발생 후에라도 범인이 체포되고 사건이 드러날 수 있었지만, 보호자가 없는 유기견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사라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그동안 ‘인간을 제외한 동물은 평등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 위에서 만들어진 ‘닭이나 돼지는 먹어도 되고 왜 개는 안되는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던 것만 같다. 누군가의 가족인 개를 죽여서 가공하는 데에 고작 4만원이면 충분하고, 누군가의 가족인 개를 죽이고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고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시급한데 말이다.
끝으로 끔찍한 범죄로 가족을 잃은 오선이의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글: 김슬기 이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