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반려견 관리 강화보다 배설물 수거 단속부터 해라

2018.02.8. 오후 3:37 | 칼럼•자료실

“3월부터 시행되는 개파라치와 반려견 목줄 2m 제한에 대한 뉴스기사를 보았습니다. 개파라치는 사진을 찍어 포상금을 받는 제도라는 것도 알겠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보호 법 강화를 요구했고 새 정부를 맞아 더 큰 목소리를 냈고 대통령님은 공략으로 동물보호법을 내세우셨습니다. 하지만 이제도는 너무 모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몰카 천국입니다. 과연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반려견 사진만 찍을까요? 개파라치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몰카를 찍을 구실만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는 생각안하세요? 그리고 목줄을2m로 제한해버리면 반려견들의 행동범위도 좁아질뿐더러 목줄길이도 눈대중으로 짐작해야하고 기준은 안넘어도 2m넘어보여서 사진 찍었다고 둘러 대버리면 그때는 어쩌죠? 문제 있는 반려견 뿐만아니라 죄 없는 반려견 주인들까지 몰카로 피해 받을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강화에 신경써주시고 이 제도 다시 한 번 생각해주세요.”

최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원이다. 정부는 최근 반려견 물림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여 반려견 안전관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지난 2018. 1. 18. ‘반려견 안전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먼저 맹견의 경우 공동주택 내에서 사육이 금지되고, 소유자 없이는 외출이 금지되며, 어린이 관련 시설에 출입이 금지됨과 아울러 목줄과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된 맹견의 견종 범위를 추가 했다. 또 소유주의 안전관리의무 불이행 사고에 대한 법적 처벌이 강화되었고,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힌 이력이 있거나 체고 (발바닥에서 어깨뼈 가장 높은 곳까지의 높이) 40cm 이상인 개를 관리대상견으로 구분하고, 엘리베이터, 복도 등 건물 내 협소한 공간과 보행로 등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반려견 안전관리대책 중, 소유자 등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형벌 자체의 특성으로 인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생명체’인 반려견에게 상황과 컨디션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입마개나 짧은 목줄을 할 것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대책의 요건에 해당하는 반려견이 외출 시 매번 예외 없이 입마개나 짧은 목줄을 해야 된다면 (우리 인간이 그러하듯이) 상황에 따라 반려견의 스트레스가 증폭되어 오히려 공격성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려견의 습성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요건에 해당하면 무조건 입마개를 하게 하거나 목줄의 길이를 짧게 하라는 일률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이런 까닭에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반려견 안전관리 방법론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이번 대책을 발표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그 외에도 이번 대책은 특히 아래 두 가지 부분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먼저 상해를 입힌 이력이나 맹견에 해당하지도 않는데도, 단순히 체고가 40cm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고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 한 부분이다. 만약 40cm 이상의 체고라는 이유만으로 관리대상견이 된 반려견의 소유자가 입마개 착용 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는 경우, 그러한 자가 40cm 미만인 맹견이 아닌 반려견의 소유자 또는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힌 적이 있는 맹견이 아닌 반려견의 소유자와 다르거나 혹은 같이 취급하는 부분에 대해 합당한 기준에 의한 것이라며 행정청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는 다분히 행정 편의적인 기준에만 근거하여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부과 대상이 되는 소유자들의 반발 및 관련 법적 분쟁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일명 ‘개파라치’ 제도의 시행 부분이다. 즉, 2018년 3월부터 이번 안전관리대책을 위반하는 장면을 포착해 신고하는 경우 신고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이다. 아직 제도의 운용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된 것은 아니나, 이러한 제도가 시행되면 반려견 소유자와 신고포상금을 받고자 하는 자 간에 물리적 충돌이나 갈등, 이로 인한 사생활 침해에 기인한 법적 다툼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동안 시행되었던 파파라치 제도 중에 일명 ‘카파라치’ 같은 경우 자동차 번호판을 찍으면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이 소유자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우려가 없었다. 그런데 반려견의 경우 반려견이 입마개를 하지 않고 소유자와 함께 산책하는 장면을 촬영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소유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가 없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결국 현실적으로 안전관리의무 위반자를 신고하려면, 위반 장면을 사진 촬영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직접 반려견 소유자에게 인적사항을 물어보거나 몰래 뒤따라가서 주소지를 알아내야 하는 방법 등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 반려견 소유자와 파파라치 사이에 불필요한 물리적 충돌이나 폭력적인 언어가 사용될 수 있고, 그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폭행 등 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파파라치가 몰래 반려견 소유자를 뒤따라가는 경우,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아파트나 빌라의 계단, 복도 안까지 몰래 따라가는 경우에는 주거침입죄도 문제될 수도 있다.

이렇게 어렵지 않게 예상되는 여러 문제 상황들로 인해 목줄이나 입마개를 안 한 반려견 사진과 주인 정보를 제공해야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개파라치’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것이다. 관련하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조차도 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사진만 주시면 그걸 가지고 지자체에서 이 분이 어느 지역에 사시는 누구신지를 추정을 해내서 조치를 하기가(어렵다).”

이런 현실적 한계 속에서 개파라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입마개와 목줄 길이에 대한 일률적・무조건적 규제 방식에 대해 재고하고, 주인정보 인식이 가능하게끔 반려견 등록제도부터 보강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이번 반려견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새로운 제도 시행을 위해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령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하고, 제도 시행에 앞서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여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법 개정과 홍보, 문화 조성과 같은 것도 몹시 중요하지만, 모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다. 지금 당장 정부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은가. 좋은 제도가 법령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행정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사문화된 사례가 많다. 조속히 관련 법령 개정을 준비하면서 위와 같은 사례를 조사하여 현 제도 운용을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도 잘 시행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청아 이사

[동그람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