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호랑이도 4.2평이면 된다고요? 사람도 못 버틸 유리 감옥 ‘실내 동물원’

2018.02.15. 오후 7:51 | 칼럼•자료실

 

‘나는 태양 아래 드넓은 초원을 뛰어다니며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형광등 불빛 밑에서 좁고 더러운 시멘트 바닥과 유리로 둘러싸인 감옥에 갇혀 있다. 너무나 갑갑하지만 어쩔 수 없다. 옆방의 반달가슴곰은 스트레스를 못 이겨 유리벽을 마구 할퀴고 있다. 나도 하루 종일 공허하게 누워있거나 의미 없이 제자리만 돌고 있다. 그런 나를 보는 것이 뭐가 좋은지, 사람들은 유리에 붙어 손가락을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나에게는 잠깐 은신하여 쉴 공간도 없다. “우와, 호랑이다!” 사람들은 셀카 몇 장을 찍고 유유히 사라진다. 영업시간이 끝나면 불이 꺼지고, 또 다시 암흑이 찾아온다. 이 긴 지루함은 언제 끝이 날까. 나는 다시 자연 속에서 마음껏 달려볼 수 있을까.’

동물원이라고 하면 흔히 어릴 적 한 두 번씩 가 본 야외 동물원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는 라쿤 카페, 미어캣 카페부터 반달가슴곰, 호랑이, 사자, 재규어와 같은 활동반경이 큰 동물들까지 ‘실내’에 전시하고 체험하게 하는 다양한 형태의 동물원이 생겨나고 있다. 보유 종도 점점 다양해진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부속서 3종에 해당하는 은여우, 코아티도 있다. CITES는 부속서 1종에 해당하는 동식물은 상업적 거래를 금지하고, 2종, 3종의 경우 환경부장관의 수출입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지만, 이러한 허가를 받지 않고 암암리에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종들을 어찌 어찌 들여와 자체 번식을 하기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계 교란은 물론이고, 인수공통질병의 위험도 다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법에서 정해 놓은 것이 없어, 그야말로 ‘운영하기 나름’이다. 최소 자본의 최대 효율이라는 영리 목적 앞에 사육환경은 점점 처참해진다. 갇혀 있는 동물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자유를 빼앗긴 고통도 크지만, 그 구속의 대가로 지급받는 3평 남짓 유리감옥은 참담하다. 스트레스를 극대화하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동물들이 정형행동을 보이고, 자신의 새끼를, 사육사를 공격하고, 야생에서의 평균 수명의 반도 채우지 못한 채 죽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최소한 동물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생활할 수 있으려면 적정한 규모의 면적과 각자 습성에 알맞은 사육환경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는 반드시 동물에 대한 동정심에 기인하지 않더라도, 동물들의 ‘존속’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원 동물의 존속과 복지 문제가 대두되자 (더욱 정확하게는 관람객들이 열악한 동물들의 모습을 보기 불편해하자) 세계 여러 나라의 동물원들은 야생동물, 멸종위기종 보전이라는 푯말을 앞세우고 일명 ‘생태적인 전시기법’을 고안해냈다. 아무리 멋진 말로 포장해도 야생동물의 입장에서 갇혀 사는 것이 좋을 리 없겠지마는, 어찌되었건 가급적 야생과 흡사한 환경을 동물들에 제공해주려고 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다.

또, 많은 나라에서 법적으로 동물원을 관리하고 동물의 복지를 위해 사육환경을 규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동물원 면허법(Zoo Licensing Act 1981)에서 동물원을 ‘야생동물 전시를 목적으로 연중 7일 이상을 대중에 개방하는 시설’로 폭넓게 정의하고, 지방 정부로부터 면허를 받도록 규정한다. 면허 발급 전과 후, 환경식품농촌부(DEFRA)가 제시한 기준(Secretary of State‘s Standards of Modern Zoo Practice)의 충족 여부가 심사되는데, 위 기준은 생물다양성, 서식지 특성, 동물 복지를 고려한 환경을 제공할 것을(심지어 안전한 먹이급여 방법까지 세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동물복지법(Animal Welfare Act)을 통해 연구, 전시 목적으로 이용되는 동물의 인도적 대우를 규정하고 있으며, 민간단체인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가 동물원의 서식환경, 사회적 그룹유지, 동물치료 및 교육 등 동물원을 평가하는 ‘동물원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스위스 역시 동물원, 야생동물의 정의를 폭넓게 규정하면서 동물원 운영의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고, 개인이 기를 수 있는 야생동물의 종을 제한한다(Swiss Animal Protection Ordinance). 동물원의 경우 동물의 종에 따라 최소한의 면적 요건까지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호랑이의 경우, 2마리당 80㎡의 면적, 240㎥의 부피를, 실내의 경우 30㎡의 면적, 90㎥의 부피를 최소한도로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작년 5월부터 동물원법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법’)이 시행되고 있으나 정작 동물원의 사육환경을 적절히 관리,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동물원의 정의 또한 ‘야생동물 또는 가축을 10종 이상 또는 50개체 이상 보유 및 전시하는 시설’로 되어 있어, 법망을 피해 생겨나는 동물카페, 동물체험시설 등 소규모 야생동물 전시 시설에 대한 관리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허가가 아닌 ‘등록’만을 요구하고 있어 동물원의 설립, 운영기준이 낮고 그 기준에도 동물의 특성에 맞는 적정한 서식환경이나 최소한의 면적 기준과 같은 사항은 빠져있다. 한편,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야생동물의 사육시설 면적기준을 정해놓았지만 일부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한하여 적용되고 있고, 실내외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으며 최소 면적도 다소 좁다(예를 들어 호랑이의 경우, 1마리당 넓이 14㎡, 높이 2.5m를 규정).

야생동물의 자유를 구속한다면 그에 합당한 복지를 제공하여야 한다. 현존하는, 또 앞으로 생겨나는 동물원이 동물과 사람의 올바른 관계를 정립하고 제대로 된 생태교육을 제공하려면,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향후 동물원법은 소규모 동물원까지 포섭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서식환경과 복지, 안전 기준을 상세하게 정립하고, 영리 목적 동물원의 경우 원칙적으로 모두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국가가 적절하게 관리·감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기 위한 열쇠는 바로 우리가 가지고 있다. 동물원 등에 동물 복지와 처우를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법령 개정을 위한 청원을 하는 등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갇힌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해보는 것이 변화의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글: 박주연 공동대표, 변호사

[동그람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