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구속영장 발부된 천안 펫샵 주인, 유죄로 판결 날까?
얼마 전 ‘천안 펫숍’ 사건을 알게 되었다. 1층에서 버젓이 강아지를 분양하고 있던 펫숍 2층에서 방치되어 뼈가 드러날 정도로 처참한 모습의 개 사체 79구가 발견된 사건이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펫숍 업주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하였고, 지난 2월 말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펫숍 업주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천안 펫숍’ 사건은 이제 수사가 시작되는 단계이지만,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등 그 어떤 때보다 수사기관의 강력한 처벌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다. 부디 이번 사건을 통해 그동안 경시되었던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수사 및 처벌의 정도가 한층 강화되기를 바라며, 이번 칼럼에서는 1. 구속영장은 어떠한 사유로 발부되는 것인지, 그리고 2. ‘천안 펫숍’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는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구속영장의 의미와 발부 사유]
사실 구속영장은 뉴스에도 자주 나오는 법률용어이다.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은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유죄이거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고 해서 무죄라는 것은 아니다. 구속영장은 수사기관이 수사의 필요를 위해, 법원으로부터 피의자를 구속시켜 두겠다는 영장을 발부받는 것으로, 구속영장 발부를 결정하는 주요 사유는 1.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 2.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있는지, 3.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지, 4.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가 있는지 여부로 결정된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201조). 이 때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에는 당연히 구속영장을 기각하여야 하나,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피의자가 도망할 염려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없다면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발부된 ‘사전구속영장’은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피의자에 대해 신청하는 것이다. 수사를 하는 동안 피의자가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정기간 동안 피의자를 구속하여 수사기관이 원활한 수사를 진행하고 증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통상 10일 정도의 유효기간을 두고 발부한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천안 펫숍’ 업주에게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그 사유로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천안 펫숍 사건의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그렇다면 ‘천안 펫숍’ 사건의 업주가 위반한 동물보호법상 조항은 무엇일까?
정확한 위반 조항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정된 이후 결정될 것이나, 2층에서 발견된 사체 중 일부가 오랫동안 굶주린 채로 방치되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일부 진술과 사체 상태를 보면, 천안 펫숍 업주는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3호’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3호에서는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같은 법 제46조에서는 위 조항을 위반하는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2018. 3. 22.이후 위반 행위부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쯤에서 펫숍 업주가 개 사체를 방치한 행위 및 사체를 방치함으로써 다른 개들에게 정신적 스트레스와 질병 감염의 위험을 발생한 행위도 학대 행위 또는 학대에 준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위를 이유로 처벌받을 수는 없을까? 답은 ‘처벌받을 수 없다’. 우리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행위는 ‘법령에 열거된 사유’에 해당할 때에만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의 나아갈 방향]
‘천안 펫숍’ 사건의 경우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약 79마리의 개들이 한 번에 방치된 점, 펫숍 업주가 일종의 입양비를 받고 개들을 데려온 뒤 이를 방치한 점, 유사한 형태의 펫숍을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결과일 것이다.
이 사건의 특수성을 별론으로 하더라도,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기관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또 법원이 이를 발부한 것은 앞으로 우리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동물보호법 위반 사안을 더 이상 가볍게 여기지 않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얼마든지 엄중한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의 진일보에도 불구하고, 엄격히 열거된 행위에 대해서만 동물학대로 인정하는 현행 동물보호법 하에서는 날이 갈수록 그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하게 잔인해지는 동물학대 행위를 모두 적절히 처벌할 수 없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천안 펫숍 업주의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유죄가 확정된 날로부터 1년(2018. 3. 22. 이후부터 3년)이 경과하면 동물판매업을 아무런 제한 없이 운영할 수 있게 되는 등, 동물학대범에 대한 재발 방지 조치가 불충분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동물학대행위의 피해자인 동물은 말을 할 수 없다. 또한 동물학대 행위는 가정폭력처럼 은밀히 행해지는 경우가 많고, 정확한 목격자가 증거가 없는 이상 실제로 처벌받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러나 동물학대 행위를 밝히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명백한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봉쇄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통해 동물학대의 정의와 처벌 수준과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글: 이혜윤 이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