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더위 속 차에 방치된 강아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020.08.8. 오전 12:44 | 칼럼•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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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 속 차에 방치된 강아지,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글 권현정 변호사(2020년 7월)

지난 달 부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쓰레기와 함께 차안에 방치되어 있던 강아지가 발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견주가 동물학대를 했다는 논란이 거세졌는데요.

 

당초 신고를 받은 경찰과 관할관정은 “자동차에 방치한 행위만으로는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견주가 일정 시간이 되면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를 줬다. 해당 강아지가 질병에 걸렸다거나 상해를 입었다고 단정할 수 없어 바로 고발하기는 어렵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표했습니다.

정말 동물을 자동차에 방치한 것만으로는 동물학대로 보기 어려운 걸까요/ 동물보호법 제 8조 제2항에서는 ‘정당한 사유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보고 있습니다. 또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조 제6항 제2호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동물의 습성 또는 사육환경 등의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동물을 혹서 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학대 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씨에는 밀폐된 차 안의 온도가 바깥보다 훨씬 높아 사람도 몇 분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한여름, 한겨울에 밀폐된 차 안에 동물을 몇 분만 방치해도 상당한 신체적 도통을 줄 수 있어 이는 명백히 ‘동물학대’에 해당합니다. 더욱이 이번 사건과 같이 차 안에 쓰레기와 함께 방치된 동물이 비 위생적인 환경때문에 질병이 걸렸다면 때아 따라 사육관리 의무 위반도 추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숨 막히는 무더위,
차안에 방치된 강아지를 봤다면?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을 발견한 사람은 누구든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동물보호센터에 신고 할 수 있습니다. 신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은 해당동물을 구조해 보호조치를 취하고, 학대행위자인 소유주와 동물을 격리해야 합니다.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도 결국 관할관청이 견주의 행위가 ‘학대’에 해당함을 인지하고, 견주를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현재 해당 강아지는 견주의 동의를 받아 동물보호단체가 구조해 최초 신고자가 임시보호 중입니다.

한편 얼마전 스페인에서도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있었는데요, 찜통더위 속 자동차 안에 갇혀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강아지를 구하기 위해 경찰관은 자동차 창문을 깨고 강아지를 구조했습니다. 학대 당하는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행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이번 부산 사건에서 신고자가 강아지를 구하다 창문을 깨거나 차를 훼손했다면 견주 측에서 ‘재물손괴’를 주장할 수 있고, 신고자 개인이 강아지를 보호하기 위해 동의없이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절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강아지 구하려 차 훼손,
‘긴급피난’ 해당 안 되나?


(지난 6월 25일, 스페인 세비아에서 무더위 속 차안에 방치된 강아지를 구조하기 위해 경찰이 차 창문을 깨고 있다. @emergenciasseviila 인스타그램)

강아지를 구조한 행위를 ‘긴급피난’으로 볼 수는 없을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에서 견주 측이 재물손괴나 절도를 문제 삼을 때 긴급피난을 적용해 위법성을 조각할 수 있을까요? (*위법성 조각 : 형식상 범죄 또는 불법행위의 조건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범죄 또는 위법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유, 조각사유로는 정당행위나 정당방위, 긴급피난 등이 있다.)

긴급피난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 침해되고 잇는 상황에서 이를 피하고자 불가피하게 위법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벌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침해받는 법익’에는 우리나라 형법상 보호되는 법익 외에도, 비형법적 법익을 포하한 ‘사회적 법익;도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학계의 다수설입니다. 따라서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이 침해되는 상황 역시 긴급 피난에서 말하는 ‘현재의 위나’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긴급피난으로 인정 받기는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결국 학대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동물을 발견해도 이를 신고하는 것 외에는 별달리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아직까지 임의로 유형력을 행사해 동물을 강제로 구조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행법 아래에서는 학대받능 동물을 소유주로부터 격리해 보호조치 하더라도 소유자가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계속 증가하고 있는 동물학대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제도, 즉 소유자 등에게 학대받는 동물을 발견했을 때 즉시 동물과 소유자를 급하게 격리하고 끝까지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등의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반려인들 역시 반려동물을 본인의 소유물이 아닌 ‘생명의 주체’ 이자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보호대상’으로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에만 반려동물을 입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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