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토끼 질식사 사건의 동물보호법 무죄 판단에 아쉬움을 표하며,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기대한다.
지난해 5월 26일 주거지에서 자신이 반려하던 토끼 한 마리가 다른 토끼를 괴롭히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10시간 가량 밀폐용기에 넣어 질식사 시키고, 살해된 토끼를 먹기 위해 인근 천변에서 토끼의 털을 태우던 중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로 기소된 60대 남성에 대하여,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동물보호법 위반 무죄를 선고하였다.
1심 법원은 동물보호법 위반 무죄 이유로 “A씨가 토끼를 밀폐용기에 넣은 목적은 죽이기 위한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다른 토끼와 분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판단되며, “설령 죽이기 위하여 통 안에 넣었다고 가정하더라도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밀폐용기에 토끼를 10시간 동안 방치한 만큼 토끼의 죽음에 대해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으며, 질식사하는 과정에서 토끼에게 엄청난 고통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인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하여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였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은 토끼를 10시간 동안 밀폐용기에 넣어 뚜껑을 닫고 방치한 행위가 동물보호법상 학대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비판하고자 한다.
먼저 위 사건에 적용되는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밀폐용기 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체구의 토끼를 플라스틱 용기 안에 넣고 밀폐하여 10시간 이상 그대로 두는 행위는 일반인이라 하더라도 토끼로 하여금 상당히 고통스러운 질식사의 과정을 겪게 하리라고 충분히 예측 가능하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위 행위를 함에 있어 ‘죽이기 위한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판단은 일반인의 법감정에서 도저히 용인하기 어렵다.
특히나 이미 대법원이 2020년 ‘개 전기도살 사건’에서 동물보호법상의 “잔인한 방법”의 판단을 위해서는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등을 따져야 한다”고 판시한 만큼 소동물인 토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밀폐용기의 뚜껑을 닫아 10시간 가량 방치한 행위를 잔인한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높은 수준의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못하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을 후퇴시키는 판결이다.
동물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그 해석에 있어서 법원의 축소 해석이 지속적으로 문제되어 오던 중 2020년 대법원의 ‘개 전기도살 사건’을 통하여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해석에 있어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은 위 ‘개 전기도살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면서 동시에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규정 중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를 학대행위로 정하여 그 중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게끔 한 입법취지에 반하여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정함으로써 동물학대의 범위를 현저히 좁게 해석하게 하여 동물학대행위의 실질적인 적용과 처벌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이번 토끼 질식사 사건 또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상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인 시행규칙 제4조 제1항 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지 아니한 다고 판단하여 결과적으로 동물학대 행위의 구성요건인 제8조 제1항 제1호 및 제4호에 모두 포섭시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2023. 4. 27.부터 적용되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전면개정안에 따르면, 개정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4호의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를 규정함으로써 시행규칙 제6조 제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은 “토끼 질식사”사건의 무죄 판단에 상당한 아쉬움과 비판을 표하며, 다만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전면개정안에 따라 2023. 4. 27. 이후에는 “토끼 질식사” 사건과 같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므로 “잔인한 방법”인지와 무관하게 동물학대 행위의 유죄로 판단 될 것인 바,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안에 따른 생명존중, 동물권 존중의 정신을 담은 앞으로의 판결을 기대한다.
2023. 5. 15.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