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집 반려견은 가축인가요, 아닌가요?

2018.06.9. 오후 7:04 | 칼럼•자료실

우리나라의 4가구 당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전체 반려동물 양육자의 85.6%가 ‘개’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힘든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 나를 반겨주는 ‘댕댕이’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개를 키우며, 함께하는 이유를 단 번에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려동물로 가장 많이 길러지는 우리집 댕댕이, ‘개’는 ‘가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도 할 수 있고, ‘아니다’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개’라는 존재를 서로 다르게 정의하고 있는 법률 때문이다.

현행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는 최소한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축산물이라고 정의한,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동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축산법」에서는 ‘개’가 가축에 해당한다.

즉, 가축의 대량 사육·산업적 이용(수급조절, 가격안정, 유통개선 등)을 규율하기 위한 축산법에서 ‘개’를 가축으로 정하고 있으면서, 축산물위생관리법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법령 간 모순으로 인해 결국 ‘개’는 대량사육 및 산업적 이용은 가능하나 도살은 불가능한, 법적 지위를 알 수 없는 동물이 되었다.

축산법에 따라 ‘개’의 대량 사육은 가능하기 때문에 개의 사육 방식은 점차 ‘공장식’이 되어갔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남기고자 한 육견업자들은 충분한 생활공간을 보장해줘야 하는 개들을 좁은 철장에 수 십 마리씩 넣고 사육했다. 거기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쓰레기를 개들에게 사료 대신 주었다. 최근 SNS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끔찍한 ‘개농장 사진’이 바로 그러한 행위의 온상이다. 개농장의 열악한 철창 속에 말 그대로 우겨넣어진 개들은 하나같이 슬픈 눈으로 구조만을 기다린다.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개고기’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축산법에 따라 사람들은 공장식 농장을 운영하며 개고기를 팔고 있고, 그로 인해 개들은 잔인하게 학대 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식용인 가축이 아니기에 법적으로 관리 받지 못하는 개들은 어디서 어떻게 도살되는지도 모르게 죽어간다.

최근 개의 지위를 불명확하게 규정하는 법률에 문제를 제기하고 개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단체인 PNR은 동물보호법상 ‘반려동물’의 지위를 가지고,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축산물’로 취급되지도 않는 ‘개’를 축산법상 가축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축산법 개정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지난 5. 15. 이상돈 의원 대표발의자로 발의된 축산법 개정안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축산법이 규정하는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 반려동물로서 ‘개’의 지위를 명확히 하고, 공장식 개농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동물학대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현재 개농장의 운영실태를 고려하면,축산법 개정을 통해 개를 대규모 사육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개가 식용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전제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법을 변화시키는 것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든다. 답답하고 결과가 잘 보이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법이 변하지 않으면 동물학대자들에 대한 적법한 「제재」를 할 수 없다. 모쪼록 힘들게 발의된 축산법 개정안이 통과되어, 개식용을 종식하고 끔찍한 개농장을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이혜윤 이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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