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잔인한’ 도살 여부 판단에는 ‘동물의 종류·특성에 따른 고통 정도’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환영

2018.09.14. 오후 6:03 | 활동•소식

지난 13일 대법원 제2부는 전류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 주둥이 등에 대어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수십 마리의 개를 도살한 개농장주(이하 ‘피고인’)에게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판결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가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 여부는 그 방법이 동물의 생명존중 등 국민 정서상 미치는 영향, 동물별 특성, 그 방법이 야기하는 고통의 정도와 지속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그 시대, 사회의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되어야 한다. 2. 동일한 도살방법이라도 도살과정에서의 고통의 정도, 지속시간은 동물별 특성 등에 따라 다르며, 특정 도살방법(전살법)이 법령에 규정되어 있다거나 동일하게 전류를 이용하여 도살한다고 하여 그 방법이 다른 동물에게도 적합한 도살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3. 원심은 ‘잔인한 방법’을 판단함에 있어 위 1.항과 같은 여러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피고인이 도살에 사용한 쇠꼬챙이의 전류 크기, 개가 감전 후 기절하거나 죽는데 소요되는 시간, 전기도살로 인해 개에게 나타날 체내·외 증상 등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

앞서 원심(서울고등법원)에서는 ‘잔인한 방법’이란 ‘목을 매달아 동물을 죽일 경우 유발되는 정도 혹은 그보다 많은 정도의 고통이나 공포, 스트레스를 느낄 것이 분명한 방법’으로 엄격히 제한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하면서,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서 ‘전살법’이 허용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전살법이나 그 유사한 방법을 사용한 경우, 그 동물이 목을 매달아 죽일 때 겪는 고통 등의 정도에 이른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 판결에는 여러 문제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잔인한 방법’의 범위를 극도로 한정하면서, 그 해석에 있어 ‘목을 매다는 것과 같은 정도의 고통’이라는 매우 불명확하고 엄격한 요건을 부가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특정 도살방법이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용되는 도구, 행위 형태 및 그로 인한 사체의 외관 등을 전체적으로 볼 때 그 도살방법 자체가 사회통념상 객관적, 규범적으로 잔인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는 이 사건 조항에서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며 명확한 해석기준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최초로 ‘잔인한 방법’을 판단하는 기준을 자세히 판시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큰 의의가 있다. (참고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판결을 받은 것은 일명 ‘로트와일러 사건’-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도2477 판결-도 존재하지만, 위 판결에서는 ‘합리적 이유’가 없더라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인 구성요건 해당성은 충족된다고만 판단하였을 뿐이다.)

또한 원심 판결의 경우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서 정하는 ‘전살법’과 이 사건의 개 전기도살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였던 것이 가장 문제가 되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6조에 따라 제정된 동물도축세부규정은 ‘전살법’의 경우도 돼지, 닭, 오리에 대하여 그것도 기절방법으로만 허용하고, 도살방법으로는 완전히 기절한 상태의 동물을 방혈(放血)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원심은 위와 같이 ‘전살법’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방법이 어떤 동물에게 행해지더라도 잔인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PNR 변호사들은 ‘동물의 종류별 특성, 죽음에 이르는 시간, 유발되는 고통의 정도’는 모두 다르므로, 같은 ‘통전’행위라도 규범적으로 다르게 평가될 수 있음을 자세히 지적했다. 즉, 법에서 정한 ‘전살법’은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단 기간 내 기절에 이르게 하는 축종별 구체적 기준(예를 들어, 돼지의 경우 어떤 전압에서도 최소 1.25A 이상의 전류로 뇌 부위를 2-4초간 통전시킬 것)과 안전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개 전기도살은 개를 즉시 기절에 이르게 하는 최소 전류량이나 전압이 규격화되어 있지 않은,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전기봉으로 단순히 개를 ‘감전’시키는 것일 뿐이고 그 마저 한 번에 기절하지 않아 전기봉으로 개의 주둥이 등에 수차례 통전을 함으로써 개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할 고통과 공포감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방법이다. 다행히 대법원은 위 상고이유 부분을 주효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 설시와 같이, 도살의 ‘잔인성’ 여부는 ‘동물별 특성에 따라 그 동물에게 얼마만큼의 고통을 얼마나 오래 주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법규상 ‘전살법’과 개 전기도살의 구체적인 행위 태양이 다르므로, 축종별 특성, 고통의 정도, 지속 시간, 대상 동물에 대한 시대·사회의 인식에 대해 심리를 미진한 원심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에 따라, ‘개’에게 행해진 전기도살 방법이 개에게 어느 정도 고통을 야기하는지 등에 대한 심리를 더 하여야 한다. 검찰에게 입증책임이 있다는 점, 고통 정도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개의 고통을 최소화 하는 전류값, 통전 시간, 통전 부위 등에 대한 데이터도 없이 단순히 220v짜리 전기봉을 개 주둥이에 대어 감전시키는 도살방법이 개에게 상당 시간 심각한 고통을 야기한다는 사실은 특별한 입증이 필요치 않다 할 것이다. 더구나 개에 대한 현 사회의 인식, 해당 행위를 목격하였을 때 느껴지는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한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잔인한 도살방법으로서 동물보호법위반의 죄책이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잔인한 방법’의 해석을 둘러싼 서로 다른 판결은 당초 동물보호법이 동물을 임의로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였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원칙적으로 동물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법률의 규정에 따르는 등 일부 명확한 경우만 도살을 허용하는 내용의 규정이 마련되어야 동물의 생명존중이라는 가치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와 같은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가 되어 있지만, 아직은 입법적 해결이 요원한 현 시점에서,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1호는 개농장주들의 비인도적인 개 도살 행위를 형사상 제재할 수 있는 실무상 중요 조항이 되어 왔다. (참고로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 제4호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구성요건을 규율하는 시행규칙이 구성요건 범위를 대폭 제한해놓았기 때문에 실무상 제4호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제1호의 판단기준을 상세히 제시하는 한편, ‘개별 동물의 특성’과 도살 과정에서 그 동물이 겪는 ‘고통의 정도’를 고려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동물복지상 진일보한 판결이라고 본다. 또한 파기환송을 통해 원심에서 개 전기도살 행위를 잔인한 방법이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개 식용이 종식되는데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동물보호법은 그 동안의 많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에 맞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다. 법원이 법률을 해석, 보충함으로써 입법의 불비를 효과적으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절실한 시점에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동물의 생명보호와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한다는 동물보호법의 취지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하였다.

앞으로 진행 될 환송심에서도 대법원의 이번 판결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여 원심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우리가 생명을 어떻게 다루어 왔고 앞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돌아보고, 동물보호법과 축산물위생관리법의 목적과 상호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여 동물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불가피하게 생(生)을 중단 당할 때 겪어야 하는 고통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보도자료_2017도16732판결 관련_동물권연구 변호사단체PN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