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법만 괜찮으면 동물을 죽여도 되나요

2017.09.11. 오후 2:23 | 칼럼•자료실

지난 6월 23일 인천지방법원 제15형사부는 개농장을 운영하면서 개를 전기 도살해 온 이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제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개를 전기로 도살하는 방법은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고, 축산물 위생관리법 및 같은 법 시행령이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개가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위 둘을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이다.  지난 해 9월 전기충격기와 칼을 이용해 개를 도살한 남성의 행위를 동물학대로 인정해 벌금을 선고한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판결에 비추어 보면 의외의 결과였다. 개를 근거 없이 도살한 행위에 처벌하지 않아도 될까?

‘동물복지’에 관하여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제대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은 거의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의 도축에 관한 규정이 없음이 명백함에도 ‘개’를 근거 없이 도살한 행위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데 대하여 많은 동물보호단체들, 시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이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동물유관단체협의회가 주도한 ‘전기도살 무죄 판결 파기와 동물학대자 처벌 촉구 탄원서 제출’에 무려 3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동물보호법 규정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은 언제나 우려되었던 부분이다. 즉, 동물보호법 제8조 제1항은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면서 각호에서 금지되는 행위로서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동물을 죽여도 되지만, 1호부터 4호처럼 죽이지는 말라’는 뉘앙스로 읽힌다.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기본적으로 ‘인간이 자의적으로 죽일 수 있는 존재’라는 전제가 깔려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4호가 동물을 죽이는 ‘이유’와 관련한 정당성을 요구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런 경우 통상 하위법령은 그 ‘정당한 사유’를 규정하여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는 모두 ‘정당한 사유가 없는 것’으로 보아 처벌되도록 하는 반면, 유독 동물보호법의 하위 법령인 농림 축산식품 부령은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경우’를 규정하여 동물학대로 처벌하려면 다시 제한된 사유에 포섭되어야만 한다. 법률규정이 이러하니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해도 행위자를 처벌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동물학대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특정된 행위를 포착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고, 증거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규정의 모호함 때문에 처벌을 회피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 동물보호법이 동물학대에 대한 예방과 처벌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사이 시민들의 의식은 점점 향상되어 왔다. 남은 일은 뒤처진 법률이 시민의 의식과 현실의 필요성을 따라잡는 일이다.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생명을 인간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인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모든 생명이 보호받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결국 인간에게 득이 되는 일임은 여러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농장동물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시기 상조이겠지만, 적어도 개별 법률에 따라 도축이 가능한 경우 외에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동물보호법 입법목적에 걸맞은 모습 아닐까.
글   서국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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