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파트에서 반려동물 키우면 안될까요
현재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지 않지만, 살고 있는 공동주택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세대를 상당 수 찾아볼 수 있다.
길을 가다가도 반려동물 카페, 호텔, 운송 등 각종 산업이 성행하고 있는 걸 보면 과연 반려인구 1,000만 시대라는 실감이 든다. 이처럼 반려동물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은 점점 양분되어 가는 듯하다. 일부는 ‘나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이러한 갈등이 층간 분쟁, 범죄 등 매우 극한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공동 주택에서 동물을 기르는 것 자체에 대한 제한은 없다”
우선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 동물을 기를 수 있는 것인지부터 살펴보자. 간혹 ‘아파트 등에서는 무조건 동물을 기르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현행법상 동물을 기르는 것 자체에는 제한이 없다. 따라서 누구든 어디서든 동물을 기를 수 있으나, 예외적으로 동물을 기르는 과정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될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 만일 동물이 너무 자주 짖어 큰 소음을 발생시키거나 복도와 같은 공용장소에 동물의 배설물을 방치해 ‘공동주거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경우’에는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관리주체의 동의와 관련해서는 각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살펴보아야 한다. 참고로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에서는 관리주체의 동의기준과 관련하여 통로 식은 해당 통로에, 복도식은 해당 복도 층에 거주하는 입주자 등의 과반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고, 직접적인 피해 세대의 동의는 반드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동주택에서 반려동물 관련 분쟁이 많아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분쟁의 해결 절차는 아직 법제화되어 있지 않고 단순히 층간 소음 분쟁의 하나로 구분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을 보면 반려동물이 짖거나 벽, 바닥을 긁는 소리를 층간 소음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소음이 5분간 등가(평균)소음도 주간 45데시벨, 야간 40데시벨(공기전달 소음 기준)을 넘을 경우 소음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소음피해가 있을 경우 1차적으로 층간 소음 관리위원회(주로 입주자들로 구성)에서 분쟁을 조정하게 되고, 조정이 불가능할 경우 서울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 해결토록 하고 있다.
분쟁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반려동물 소유자(보호자)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보호자는 반려동물 중 태어난 지 3개월 이상 개를 동반하여 외출할 경우 목줄을 해야 하고 사람을 공격하여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는 입마개를 착용해야 한다. 배설물이 생기면 즉시 수거해야 하고, 생후 3개월 이상의 개는 마이크로칩, 외부 인식표 등을 통하여 동물병원 또는 시·군·구청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기르면서 얻는 기쁨도 큰 반면, 보호자에게는 위와 같이 많은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유 없는 비난은 자제해야”
한편,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 자체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비난을 가하는 행위도 자제되어야 한다. 얼마 전 논란이 된 사례와 같이 공동주택의 복도에 ‘반려견의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을 경우 독극물을 살포하겠다’는 등의 공고문을 붙이는 행위는 동물이나 그 보호자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이를 고지하는 방법으로서 별도의 범죄를 구성할 수 있으니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반려동물이 제3자를 물거나 물건을 손상시킨 경우 이로 인한 손해는 동물 보호자가 배상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만일 보호자가 목줄 등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했음에도 제3자가 동물에게 접근하여 다치거나 하는 경우에는 그 제3자는 보호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과실 비율만큼 과실상계 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도, 싫어하는 마음도 모두 있을 수 있다. 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갈등을 낳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본인의 책임을 다하고,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들은 너그러이 이를 보아주면서, 서로 조금만 양보한다면 큰 분쟁으로 갈 일은 아예 없을 지도 모르겠다.
글 박주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