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PC방 고양이 학대사건, 내가 목격자라면

2017.10.17. 오후 4:00 | 칼럼•자료실

동물을 왜 키우는 것일까. 지난 10월 7일 경기 고양시의 한 PC방 업주가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를 벽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마구 때리는 영상을 본 후 든 생각이었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PC방 업주는 “고양이를 가게 밖으로 못 나가게 했는데 자꾸 말을 안 들어 교육을 하다 순간 화가 나서 심하게 때렸는데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법으로 막지 못하는 동물 소유 제한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든 괴롭히려는 목적을 가지고 그랬든 동물-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 동물 소유자가 동물을 굶주림, 질병에 방치하는 것 또한 동물학대다(동물보호법 제2조 제1의2호). 화가 난다는 이유 등으로 언제든지 동물을 때릴 준비가 되었다거나 동물에게 필요한 식량 공급, 병원 치료 등을 제때 해주지 않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동물을 키워서는 안 된다. 2개월 동안 상습적으로 학대가 이루어졌다는 이번 사건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처럼 자격 없는 소유자에 대하여 동물 소유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법령은 아직 없다. 영상 속 학대 받던 고양이는 다행히 현재 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되었다고 하지만, 또 다른 동물에 대한 학대의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사건으로 특히 도마에 오른 것은 경찰의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미온적 대처였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고(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제4호), ‘상해’란 신체의 생리적 기능에 장해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하므로, 반드시 신체적 외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신적 기능의 손상 등을 입으면 상해를 입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 측은 “고양이 몸에 별다른 상처가 없고 주인을 잘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사 없이 입건하지 않았다. 이후 동물보호단체가 해당 고양이를 구조하여 병원에 데려간 결과 갈비뼈와 치아가 부러져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경찰이 신고 받은 당시 고양이의 상해 여부를 조금만 조사해보았더라도 동물보호법위반으로 충분히 입건할 수 있었던 사안이다. (참고로 내년 3월부터 시행될 개정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드시 동물이 상해를 입지 않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만으로 처벌될 수 있으니, ‘별다른 상처가 없다.’는 이유로 훈방조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동물학대, 가볍게 여겨선 안돼

결국 문제는 동물학대 사건을 가볍게 여겨 수사 의지가 부족했던 수사기관의 태도이다. 동물학대 사안을 엄중 처리하고자 2016. 11.경 이미 경찰서들에 ‘동물학대사범 수사매뉴얼’이 배포된 바 있음에도, 이로부터 약 1년이 지난 현재 동물학대에 대한 적극적·체계적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재 고양 경찰서에서 수사에 착수하였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향후 동물학대 사건 발생 시에는 논란이 되기 이전에 최초 신고 접수 시부터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

한편, 학대행위자가 동물학대로 기소될 경우 처벌 정도에 관하여 살펴보면, 동물보호법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내년 3월 22일부터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도록 정하고 있다(동물보호법 제46조 제1항). 그렇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동물학대를 처벌하는 정도는 매우 가벼운 편으로, 예를 들어 고양이 머리를 짓밟고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둔 행위가 고작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고, 새끼 길고양이를 내동댕이쳐 죽인 남성은 동물학대로 두 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감안되었음에도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은데 그친 정도이다. (이와 유사하게 고양이를 던져 죽인 행위에 대해 미국에서는 징역 3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대다수의 동물학대가 벌금형으로 처벌되는 데 그치는 현 상황은 동물학대를 실효적으로 방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본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 하더라도 동물학대는 가볍지 않은 범죄임을 자각할 수 있는 정도의 처벌수위는 필요하다. 나아가 상습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자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동물 소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동물학대의 신고, 공론화의 필요성

동물학대 행위를 목격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사건의 신고자와 같이 학대 행위가 촬영된 영상을 제출하거나 이와 유사한 사진, 녹음 등 증거를 제출하면서 경찰에 신고하면 된다. 경찰 신고와 더불어 관할 구청이나 시청 담당 공무원(동물보호감시원)에게 출동 및 구조를 요청하고, 동물보호단체에도 동행 등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학대를 받는 동물이나 유실·유기동물을 발견하는 경우 누구든지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동물보호센터에 신고할 수 있고(동물보호법 제16조), 이 때 시장·군수·구청장 등은 그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조치를 하여야 한다(다만 소유자의 학대로 상해를 입은 동물에 대하여 지자체의 보호의무가 있으며, 소유자에 의해 단순 방치된 동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동물보호법 제14조).

동물학대 관련 기사를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매우 안타깝지만, 이는 역으로 동물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론화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무엇이 동물학대인지와 더불어 동물학대는 범죄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이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가 지속적으로 문제시된다면, 점차 동물학대를 가볍게 여기는 인식 또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법령 개정에 앞서 현행 동물보호법이라도 제대로 적용될 수 있도록 수사기관과 법원이 동물학대 사건을 다루는 태도를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글   박주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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