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구스다운 행복’을 생각한다

2017.11.20. 오후 3:35 | 칼럼•자료실

영하 7도.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두려워 기모바지, 패딩 등 갖가지 겨울옷을 꺼내 본다. 길을 걷다보면 ‘구스다운 최저가’라는 문구가 보이고, 중년의 여성은 모피를 걸치고 꽤나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추운 겨울에도 포근하고 따뜻한 동물들의 털에 몸을 맡길 수 있어 인간은 행복할까?

모피를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잔인한지는 많이 알려져 있다. 좁은 케이지에 갇혀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거나, 동족을 잡아먹기까지 하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산채로 가죽을 벗겨낸다는 극악의 잔인성 때문에 모피반대 운동은 점점 힘을 얻어 왔고, 그 덕분인지 모피를 판매하는 곳은 비교적 줄어든 것 같다.

대신 최근엔 덕다운, 구스다운 열풍으로 ‘없어서 못 판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볍고 보온력이 좋다는 점도 유행의 이유이겠지만, 개인적으로 구스다운은 패딩의 충전재로 그것이 ‘동물’의 털이라고는 직접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구스다운 점퍼도 알고 보면 무척 잔인한 방식으로 생산된다.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거위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상태에서 1년에 3, 4번 정도 털을 뽑는데, 털을 뽑는 동안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과 비명소리, 가슴부터 배까지 피로 덮인 듯 붉게 드러난 살을 보면 누구도 흔쾌히 구스다운 패딩를 살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거위들이 3, 4번 털을 뽑히고 나면 더 이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고 하니, ‘깃털보다 공기를 많이 품어 좀 더 따뜻한’ 옷을 입기 위해 인간이 동물에게 주는 고통이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인간의 행복은 다른 생명체의 희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꽤 많다. 식탁위에 오른 맛있는 치킨을 즐기며 맥주 한잔을 들이키는 행복, 복날 보양식을 먹고 온몸에 힘이 솟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때의 행복, 이 추운 겨울날 따뜻한 옷을 걸치고 거리를 걸을 수 있는 행복.

우리가 행복해 지고자 소비한 음식 혹은 물건들이 만들어 지기 위해 벌어지는 광경을 보고도 우리는 과연 우리가 느끼는 ‘행복’이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하얗게 내리는 눈과 크리스마스, 새해로 인간들은 순간의 기쁨과 행복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을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이용되는 동물들의 고통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이 추운 겨울날, 그리고 다가올 봄날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행복한 날들이 올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만 간다.

 

글    서국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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