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획은 불법이지만 ‘돌고래 쇼’가 계속 되는 이유

2017.12.9. 오후 5:14 | 칼럼•자료실

얼마 전 방송사 tvn의 신서유기 외전 꽃보다 청춘에서 화제가 된 돌고래의 모습이 있었다. 바로 보이그룹 위너가 야생 돌고래 투어를 하는 도중, 넓은 바다에서 엄마 고래와 함께 몇 번이고 점프를 연습하는 아기 고래의 모습이었다.

몇 년 전, 꽃보다 청춘의 돌고래보다 더 화제가 된 돌고래가 있었다. 지금은 제주 앞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을 ‘제돌이’가 바로 그 돌고래다. ‘제돌이’는 제주 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되어 서울대공원 돌고래 쇼에 이용되었었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민관의 협력으로 인해 제주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가 되었다.

그런데 ‘불법 포획’된 돌고래들이 어떻게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에 이용될 수 있었던 걸까?

사실 1997년 이전까지는 수산자원보호령 제27조 및 수산청고시 제85-17호 고래포획금지에관한고시에 의하여 과학적 조사를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고래의 포획을 전면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서울대공원과 퍼시픽랜드 등에서는 1990년경부터 불법 포획한 돌고래를 이용하여 돌고래 쇼를 운영하고자 했고, 실제로 불법 포획한 돌고래들을 이용해 돌고래쇼를 지속하고 있었다(이 불법 포획을 이유로 대법원은 퍼시픽랜드에 대해 수산업법위반을 이유로 한 유죄 판결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불법적인 노력때문인지, 1997년 12월 23일, 해당 고시가 개정되어 돌고래류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조사와 국민 정서에 필요한 교육 및 관람용 목적으로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고래의 포획이 가능하게 되었다.

애당초 허가받은 과학적 조사 목적을 제외한 모든 돌고래 불법 포획은 ‘불법’이었지만, 특정 집단의 이윤추구를 위해 어느새 돌고래 쇼 목적의 돌고래 포획까지도 ‘합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위 조항은 제돌이가 바다로 돌아간 이후인 2016. 6. 21. 해양수산부 고시가 개정될 때까지 남아있었다.

<참고 – 현재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해양수산부고시 제2016-76호)에 의해 과학적 조사 및 연구 또는 치료 및 생존강화 등의 목적을 위한 돌고래 포획만이 허용되고 있다.>

돌고래 쇼를 위한 ‘포획’은 금지되었지만, 한화아쿠아플래닛, 제주 퍼시픽랜드 같은 기업들은 여전히 남아있는 돌고래와 수입해 온 돌고래를 이용해 ‘돌고래 쇼’를 계속하고 있다.

그 중 돌고래 쇼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 퍼시픽랜드는 11월 5일부터 12월 17일까지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육 중인 돌고래들을 어떠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공사가 이루어지는 공연 수조에 방치하고 있다. 인간 청력의 4배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돌고래들이 퍼시픽랜드의 무차별적인 공사 소음과 진동, 분진 등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의무 위반 행위일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 행위에 해당한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적정한 서식환경 제공)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하여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하여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의2.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나 제주 퍼시픽랜드의 위와 같은 법령상 의무 위반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위 의무 위반에 대한 적절한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현행 법령이 가진 한계점이다.

우리는 과거 돌고래에 무지했기에 돌고래 쇼를 위한 포획을 허용하는 법령을 방치했고, 그 결과 제돌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돌고래에 대해 차츰 알아가며 제돌이를 다시 고향으로 돌려줄 수 있었고, 돌고래 쇼를 위한 포획을 금지하는 법령을 다시 만들 수 있었다.

위의 경과를 살펴보면, 법령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 일부 집단 또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법이 개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동물의 권리를 고민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의견을 낼 때, 동물의 권리를 더욱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령이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갖게 된다.

끝없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던 돌고래는 지금 협소한 제주 퍼시픽랜드 공연 수조에 갇힌 채 공사 소음에 고통받고 있다. 지금, 우리가, 퍼시픽랜드의 작은 수조에 갇혀있는 돌고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글: 이혜윤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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