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산타 썰매 끄는 루돌프도 로드킬이 두렵다

2017.12.21. 오후 4:57 | 칼럼•자료실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캐럴이 들려오고, 캐럴의 대표곡은 ‘루돌프 사슴코’이다.

여기서 문제 하나! 루돌프는 사슴일까? 제목과 가사에 ‘사슴 코’가 들어가니, 루돌프의 종족이 이제까지 사슴인 줄만 알고 있었다. 루돌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찾아본 결과 루돌프는 ‘순록’이었다. 순록은 사슴과는 달리 암수 모두 뿔이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매년 200~600마리의 순록이 기찻길에서 사고로 죽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핀란드나 노르웨이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썰매를 끌고 내려와 줄 거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순록뿐만이 아니다. 로드킬은 가까이에 있다.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은 트럭이 고라니를 로드킬(Road Kill, 동물 교통사고)하고, 곧이어 고라니는 좀비가 되는 것으로 시작한다. 또 영화 <겟 아웃(Get Out)>(감독: 조던 필레)에서 사슴이 로드킬 당하는 장면은 주인공 크리스가 앞으로 겪게 될 시련을 암시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렇듯 영화의 한 장면을 장식할 정도로 로드킬은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고, 실제로 운전을 하다보면 한 달에 서너 번은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보게 된다.

이제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것인지 대충 감을 잡았을 것이다. 바로 로드킬 예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방법은 아래와 같다.

*야생동물이 출현 구간 주의사항: 1. 속도를 줄이고, 안전거리를 확보한다. 2. 동물이 갑자기 나타난 경우 경적을 울리면서 동물이 차를 피하도록 한다. 3. 상향등은 동물의 시각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고, 불빛을 보면 동물이 멈춰버리는 습성이 있어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야생생물 법) 제4조에서는 ‘국가는 야생생물 보호에 관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 시행하여야 하고, 국민은 야생생물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추상적인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제8조에서는 야생동물의 학대금지를, 제14조와 제19조에서는 야생생물의 포획, 채취 금지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나, 로드킬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 조항은 없어 그에 대한 입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매년 도로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로드킬도 증가하고 있고, 현재 생태이동통로나 유도 울타리 등의 시설을 만드는 방법으로 로드킬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그 효과는 크지 않다. 모든 예방법이 그렇듯이 우리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있을 때 실효성이 더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루돌프가 무사히 썰매를 끌고 내려와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줄지, 로드킬로 인해 좀비로 되살아난 루돌프가 우리를 노려보고 있을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루돌프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가 없기를 바란다.

 

글: 안나현 이사

[동그람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