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무나 반려견을 키우면 안 되는 사회, 불가능할까요

2018.01.5. 오후 4:20 | 칼럼•자료실

2017년은 한국에서 반려동물 산업이 성장한 이후로 그 어느 때보다 반려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았던 때가 아닌가 한다. 반려인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몇 번의 안타까운 사건사고는 대중에게 반려견에 대한 공포나 혐오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반려견의 교육과 펫티켓에 대한 관심의 확산, 그리고 동물보호법 등 관련법령의 개정 논의를 활발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도 사실이다.

‘반려견 문제’는 비단 반려견으로 인한 인명사고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그 숫자가 늘어나는 유기견 문제는 물론, 애니멀홀더를 비롯한 반려견에 대한 동물학대, 반려인과 이웃간의 분쟁, 반려견의 질병이나 행동이상, 반려견을 키우는 가족 내에서의 고민과 갈등, 반려견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의 불편함 등 개인에 따라 다른 많은 고민들을 모두 ‘반려견 문제’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쪽에서는 뜬 장에 가둔 강아지에게 호르몬 주사를 놓아가며 쉴새없이 강아지를 생산해내고 있고, 또 한 쪽에서는 쉽게 입양되었다가 버려진 유기견을 구조하고 보호할 자원이 부족하여 건강한 강아지에게 안락사 주사를 놓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웃픈 상황이 계속되어야 하는 걸까.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강아지는 물건이 아니라 생명입니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강형욱 저)’

많은 단체와 개인들의 노력 속에서도, 반려견 문제는 해마다 반려인구의 숫자에 비례라도 하는 듯 늘어만 간다. 의식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어쩌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쉬운 인식 때문에, 또 어쩌면 강아지공장, 애견샵, 동물사료 및 용품 제조업체, 판매점 등 반려동물산업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자들의 이익 때문에, 우리가 너무 오랫동안 미뤄온 반려동물 소유 규제를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 속에 많은 문제들의 해답이 있지는 않을까.

강아지공장과 펫샵은 몇 년 간 언론보도를 통하여 그 실상이 알려지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대중들에게 충분히 매를 맞았는지도 모른다. 2017.3.21 개정되어 2018.3.22부터 시행 예정인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생산업’을 다른 업종과는 달리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였고(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국민적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현재 입법예고 중인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역시 이들의 영업에 대한 많은 규제를 포함하고 있다. 일부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영업별 시설 및 인력기준 변경 및 신설(안 별표9)

– (생산업) 뜬장 신규 설치 금지, 번식이 가능한 개․고양이 75마리당 1명 인력 확보, 바닥면적 30%이상 평판 설치, 운동장 설치 등

– (전시업) 전시실․휴식실 구분, 소독장비, 이중문과 잠금장치, 생리적 특성을 고려한 시설 설비, 20마리당 1명 관리인력 확보

– (위탁관리업) 위탁관리실․고객응대실 구분, 개별 휴식실, 이중문과 잠금장치, 폐쇄회로 녹화장치 설치, 20마리당 1명 관리인력 확보

– (미용업) 작업실․대기실․응대실 구분, 반려동물이동미용차량, 소독장비, 미용작업대와 고정장치, 급․배수 및 냉․온수설비 등

– (운송업) 운송차량내 냉․난방, 상해 예방시설 설치, 운송중인 동물 수시확인 가능한 구조

영업장의 시설 규제에 대해서만큼은 현행에 비하여 크게 발전한 이번 개정안이 일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좌절되지 않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발전해 나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들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이제는 반려인이 되고자 하는 개인에 대한 규제도 적절히 논의되어야 한다. 누구나 경제력이 있으면 공산품을 구매할 수는 있어도, 누구나 반려견을 키울 수는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과연 어려운 것일까?

‘고준희양 사건’과 같은 끔찍한 아동범죄 사건을 접할 때 사람들은 흔히 ‘저런 사람들은 부모 될 자격이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국가는 누구에게도 스스로 자식을 낳을 권리를 제한하지는 않는다. 미성년자에게도, 경제력이 없는 자에게도, 설사 모두가 입을 모아 부모 자격이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까지도 말이다(물론 자식을 낳은 후에 친권이나 양육권을 제한하는 경우는 있지만, 이는 다른 문제이다). 그러나 입양의 경우는 다르다. 입양을 하려는 자는 성년이어야 하고(민법 제866조),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와 공동으로 입양하여야 하며(민법 제874조 제1항), 가정법원은 미성년자를 입양하려는 사람의 양육 상황, 입양의 동기, 양육능력,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입양의 허가여부를 판단한다(민법 제867조). 입양의 경우는 출산과 달리 소위, ‘부모 될 자격이 있는지’를 나라에서 심사할 권리를 갖는다고도 할 수 있겠다. 민법은 그 목적을 ‘양자가 될 자의 복리를 위하여’라고 명시하고 있다.

입양의 대상이 사람인 경우와 동물인 경우를 동일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양의 주체인 사람의 ‘생명을 입양할 권리’를 일정 부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자녀를 입양하는 데에도 일정한 제한이 있는데, 반려견을 입양하는 데에 ‘반려인이 될 최소한의 자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제도를 두는 것이 헌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에 크게 반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 목적이 ‘반려동물의 복리를 위하여’라는 데에까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렵더라도, ‘동물 유기 방지와 건전한 동물반려문화의 정착을 위하여’라는 정도까지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지난 해 부산시 부산진구에서 가구당 반려견의 숫자를 5마리로 제한하자는 조례안이 발의되었다가 동물단체와 시민들의 큰 반발 속에 보류된 바 있다. 위 조례처럼 입법목적과 제한의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성급한 법안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또한 반려견 소유 제한은 조례나 하위법령이 아닌 국회가 제개정하는 상위법률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일 것으로 생각된다.

반려견의 소유 제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내용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 번 째는 양적 제한으로, 개인이 키울 수 있는 반려동물의 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어떤 훈련사는 반려견 1인에게 최소한 1인의 핸들러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예를 들어 1인 가구가 두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우거나 2인 가구가 세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우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가의 의견이므로 위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많겠지만, 1인 가구가 100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데에는 보다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전문가의 의견과 통계 등을 바탕으로 법령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 1과 100 사이의 어느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기준은 가구가 아닌 가족 구성원의 수일 수도 있고, 시도마다 다를 수도 있으며, 유기견 보호소 등 일부 단체나 합리적인 이유로 여러 마리의 반려견을 반려하고 있는 개인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자는 예외로 하여야 할 것이다.

두 번 째는 질적 제한으로,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만이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거주지에서 반려동물의 소유를 금지하고 있지 않을 것, 동거가족 모두가 반려견의 입양에 동의할 것, 반려견에게 기본적인 생활환경 및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요건을 갖춘 자일 것, 동물학대 등 동물 관련 범죄 전력이 없는 자일 것, 이에 더하여 반려견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이수하는 등 반려견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춘 자일 것 등의 요건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맹견으로 지정된 견종을 키우려는 자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PS. 반려견의 소유를 제한하는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씁쓸한 상상을 지울 수 없다. 법령의 공포 후 시행 전까지 아마도 애견샵과 분양싸이트를 도배하게 될 문구는 아마 아래와 같지 않을까.

‘2019.1.1.부터 강아지 소유가 1가구당 3마리로 제한됩니다. 지금 빨리 구매하세요!’

 

글: 김슬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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