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기 수달 야생방사, 이렇게 시끄럽게 할 일인가
이달 9일,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지리산에서 발견된 국제적멸종위기종인 수달 수컷 2마리를 야생 방사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야생 방사된 아기 수달 2마리는 지리산에서 구조되어 치료를 받고, 야생적응 훈련을 받은 뒤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방사지 주변에 무인 센서 카메라를 설치하여 아기 수달들이 자연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지속해서 관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달은 모피용으로 남획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숫자가 희생됐다. 게다가 수질 오염 등으로 인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2012년에는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아기 수달들을 구조하여 치료하고 야생적응 훈련까지 시킨 후에 야생방사를 한 것까지는 잘 한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그들의 공적(?)을 알리는 과정에서 굳이 구체적인 야생방사 지역까지 알릴 필요가 있었을까.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아래와 같은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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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조(멸종위기 야생생물 등의 광고 제한) 누구든지 멸종위기 야생생물과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멸종 또는 감소를 촉진시키거나 학대를 유발(誘發)할 수 있는 광고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인가·허가 등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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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수달 2마리가 방사된 곳은 말 그대로 “야생”, “자연”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설치한 무인 센서 카메라로 촬영하여 아기 수달들을 관찰하며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 아기 수달 야생방사 소식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뻐하며 그들의 안녕을 빌겠지만, 아기 수달 방사 지역이 알려지면서 밀렵이라는 또 다른 위협이 놓일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완전한 보호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번에 야생 방사 된 아기 수달들이 밀렵꾼들의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아기 수달의 야생방사 소식을 알린 것이 상품 등을 팔기위해 소비자에게 ‘광고’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위 규정을 이 사례에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을 뿐이다.
한편 대구시는 최근 도심하천에서 수달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청정도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2012년 자국 내 야생수달 멸종을 선언한 일본이 대구에서 발견된 수달에 관심을 보이면서, 수달이 관광 상품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구시는 현재 수달을 활용한 스마트폰 이모티콘을 만드는 등 ‘수달 도시, 대구’를 관광 상품화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대구시의 수달 관광 상품화의 경우, 단순히 수달의 야생 방사 소식을 알린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경우보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광고’를 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리고 대구시의 계획대로 수달의 관광 상품화가 성공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수달을 보기 위해 대구를 방문하는 경우, 수달은 관광객들에 의해 서식지가 오염되는 등 생존을 위협할 만한 각종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대구시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위반하여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멸종 또는 감소를 촉진시키는 광고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위와 같은 광고 행위 등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반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고 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멸종 또는 감소를 촉진시키는’이라는 법문 자체가 매우 추상적이어서 사안 별로 해석 다툼의 여지가 크다. 또한 위 규정이 적용된 구체적 처벌 사례가 없어 검찰이 기소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는 동물원의 광고에 대해 위 규정 위반을 이유로 한 동물보호단체의 고발이 있었으나,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한 바 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의 유명무실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관련 사례 연구를 통해 위 규정을 구체화 하는 내용으로 법령의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향후에는 위 규정 위반 행위라는 합리적 판단이 드는 경우 검찰의 적극적인 기소가 필요하다. 일단 기소가 되어야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 위 규정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되어 위 규정이 실질적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아기 수달 방사 지역 공개나, 대구시의 수달 관광상품화는 기관의 성과를 우선시한 행보였다. 하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안전히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대구시도 역시 지역 내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해당 기관들이 지니고 있는 ‘자연 보호’라는 의무에 대해서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멸종위기종인 수달에게 또 다른 잠재적 위협을 남기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을 토대로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을 때는 조금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 있길 바란다.
글: 이청아 이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