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비싸고 제각각인 동물 의료비, 해결책은 없을까?

2018.04.28. 오후 4:34 | 칼럼•자료실

지난 달 어느 동물보호소에서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다. 곰을 닮아 ‘곰이’라고 이름 짓고 행복한 며칠을 보내던 중, 식탐 많던 곰이가 갑자기 밥을 먹지 않았다. 곰이는 병원에서 홍역과 폐렴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어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완치되지 않을 수도 있고 앞으로 얼마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수의사의 말에 선뜻 ‘얼마가 들어도 좋다!’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치료를 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기에 치료 결정을 하고, 수 주간 입원치료가 행해졌다. 정말 다행히도 곰이는 퇴원해서 현재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막상 겪어보니 의료비는 정말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동물을 기르면서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동물 의료비일 것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 시민모임이 실시한 ‘반려동물 서비스 관련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84%가 반려동물 지출 비용 중 ‘의료비’가 가장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사람의 의료와는 달리, 동물 의료는 공적 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없고 10%의 부가가치세까지 덧붙어,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비싸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 보호자에게는 더욱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동물 의료비는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소비자교육중앙회가 2016년 서울 외 6대 광역시 동물병원들을 조사한 결과, 초진료가 최저가 3,000원에서 최고가 20,000원 사이, 광견병 접종 비용은 최저가 5,000원에서 최고가 40,000원 사이로 최대 약 8배까지 차이가 있었다. 비용부담에 더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일부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동물을 자가 진료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경우 동물이 병들고 아프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행동 모두 처벌 대상이다. 약을 먹이거나 연고를 바르는 정도 이상의 무면허 무면허 진료행위는 수의사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동물을 유기한 보호자는 동물보호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무수한 동물이 의료 방임에 놓이고, 극단적인 경우 유기되는 상황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선 유기·유실동물의 치료도 쉽지 않다. 유기·유실동물은 시장, 구청장 등 지방자치단체장이 구조하여 치료, 보호조치를 할 의무가 있지만(동물보호법 제14조 제1항), 매일 수백 마리씩 버려지는 이들을 다 구조, 보호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비용을 들여’ 치료까지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이들을 발견한 누군가가 선뜻 나서서 사비를 들여 치료를 해준다면 모르지만, 부담스러운 의료비를 생각하면 그러한 선행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최근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목표로 ‘동물병원 표준수가제 도입을 위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표준수가제란 의료비를 세분하여 질병 등에 따른 기준 수가를 마련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표준수가제 도입을 두고도 팽팽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표준수가제 도입 찬성 측은 진료비 기준을 법으로 정해 소비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을 줄일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반대 측은 정해진 가격보다 ‘낮은’ 비용을 낼 수 있는 소비자의 기회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을 낮출 우려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표준수가제 도입 논란은 상호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해 의료 수준이 저하된다면 제도 도입의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자면, 독일은 표준수가제를 따르고 있고 진료비 ‘하한선’을 법으로 정하여 기준에서 3배에 해당하는 금액 범위에서 자유롭게 진료비를 받도록 하고 있다. 법정 수가보다 현저히 저렴한 병원의 경우 보호자들이 진료의 질을 불신하여 잘 가지 않기 때문에, 진료비 하한선을 정해놓은 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한 표준수가제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현재 반려인들이 느끼고 있는 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경감시켜줄 수 있는 대안들도 고려되어야 한다. 최소한 보호자들이 사전에 의료비를 알고 비교할 수 있도록 미리 의료비를 공시하도록 하거나, 별도의 기관이 진료비 책정 기준을 조사하고 평균진료비 또는 적정가격의 범위를 공시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과 영국은 동물진료수가를 법으로 정하지는 않지만, 심장사상충 검사, 백신 등 기본적인 사항에 대한 표준 진료비 정보를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동물병원은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비 부과 체계에 대한 자료도 제공해야 한다(EU Directive 2006/123/EC).

이와 함께 동물 의료보험이나 그와 유사한 제도 도입은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사적 보험의 가입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사람의 의료보험과 유사한 개념인 ‘동물의료 공보험’을 도입하는 방법도 있다. 반려인들이 동물등록세 또는 보험료를 납부하고, 해당 금원으로 운영되는 동물의료보험공단이 의료비 중 일부 분담금을 병원에 지급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는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가입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반려인들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반려인들에겐 가족이나 다름 없는 반려동물이 아플 때 느끼는 심적 부담이 굉장히 크다. 여기에 의료비 부담까지 가중돼 치료를 포기하거나 유기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즉, 사람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유기동물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극단적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제도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 현재 표준수가제 도입에 대한 토론이 앞으로 더 나은 반려생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

 

글: 박주연 공동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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