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충제 계란 파동, 다시 강조되는 동물복지

2017.08.22. 오후 4:38 | 칼럼•자료실

지난 해 말 AI(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7,200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살처분 된 악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살충제 계란 파동이 일어났다. 알을 낳는 닭들에게 피프로닐 등의 맹독성 성분이 든 살충제가 사용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부 전수조사 결과,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는 52곳에 이르고, 수많은 계란이 압류, 폐기되었다. 검출된 정도로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기사, 우리 계란은 살충제 계란과 무관하다는 공고문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이미 국민들의 불안감은 강력히 퍼져가고 있다.

닭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현재 대부분의 산란계가 지내는 농장 환경을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한 칸이 A4용지보다도 작은 사육장에 닭들이 빽빽하게 밀집해 있고, 이들은 날개 한 번 펼칠 수 없이 약 2년 동안 24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 알 낳는 기계처럼 취급받는 이 가엾은 생명들은 오랜 기간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장식 밀집·감금(Battery cage) 사육은 필연적으로 닭의 면역력 약화, 기생충과 바이러스의 급속 전염을 수반한다. 원래 닭은 스스로 흙에 몸을 비벼 진드기 등 해충을 떨어내는 습성이 있지만 좁은 사육장에서는 꼼짝달싹도 할 수 없으니 진드기가 닭들과 사육장에 창궐하게 된다. 살충제를 써도 이미 퍼진 진드기는 박멸되기는커녕 내성이 생기게 되고,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니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닭의 몸에 분사하게 된다. 결국 근원적인 문제는 닭의 습성과 복지를 무시한 비위생적 사육환경, 즉 공장식 사육으로 볼 수 있다.

                                        <사진출처 : 최용준기자, 파이낸셜뉴스>

공장식 사육은 돼지 구제역 파동 때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때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런데도 왜 공장식 사육은 없어지지 않을까. 무려 국내 산란계 농가들의 약 95%가 공장식 사육을 하고 있고, 5% 정도만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 동물을 방목하거나 동물복지를 고려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많은 농가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지만, 오히려 생산적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매년 발생하는 AI나 이번 살충제 파동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매몰되는 무수한 동물들과 폐기되는 계란 수를 계산해보자. 이제는 공장식 사육이 동물복지에 반하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도 아니라는 점을 인식할 때가 되었다.

대안은 첫 번째로 사육 환경을 변화하는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도 EU 및 미국의 일부 주와 같이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금지하도록 하고, 점차적으로는 사용 자체를 줄여가도록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가 더 활발히 운영되고 동물이 본래의 습성대로 흙 목욕을 하고 신체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도록 강력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3조, 제29조에도 이러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두 번째로는 소비자인 우리들 인식을 변화하는 것이다. 동물의 사육환경과 복지개선이 인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에게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거나 살충제를 분사한 결과는 섭취자인 인간에게 직격타가 됨은 명백하다. 나아가 인간에 유해한 살충제인 DDT를 사용한 적도 없다는 농가의 계란에서 DDT가 검출된 사례를 보면, 동물의 신체, 그 산물, 환경과 인간 모든 것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동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은 우리들 삶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미이다. 소비자로서도 양보다는 질을, 단순한 가격비교보다는 도덕적인 소비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글: 박주연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