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겨우 통과된 동물원법, 동물 복지는 어디에

2017.10.30. 오후 3:30 | 칼럼•자료실

주말 나들이로 혹은 학교에서 소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동물원을 찾는다. 필자도 어렸을 적 돌고래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환상적인 장면을 기대하면서 부모님께 동물원에 데려가 달라고 조르곤 했었다. 그러다 창살 넘어 보이는 동물의 눈에서 슬픔과 절망을 느꼈던 어느 순간, 동물원은 설렘의 공간이 아닌 동심파괴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이제야 겨우 통과된 ‘동물원 수족관법'”

동물원은 다양한 종의 동물들을 일정한 공간에 가두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도록’ 하는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복지와 생명에 대한 존중이 얼마든지 위태로워질 수 있고,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5월 19대 국회에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관리하기 위한 독립적인 법규를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나 ‘자연공원법’ 등에서 부분적으로 일부 동물원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겨우 동물원수족관법이 통과되었고, 지난 5월 30일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난립해왔던 동물원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등록하게 하고, 휴·폐원시 적정한 조치를 취하게 하며, 동물원에서 사육되는 동물에 대한 학대 금지를 명시하는 등 동물원을 국가의 관리 범주 내에 들어오게 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동물원법이 발의될 때 주된 이슈였던 ‘동물원 동물에 대한 복지와 학대방지’에 관한 규율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목표, 동물 복지는 어디로”

동물원수족관법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동물원 및 수족관의 등록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원 및 수족관에 있는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며 생물 다양성 보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동물원수족관법의 목적은 “야생생물 등의 보전·연구, 국민들에 대한 정보제공, 생물 다양성 보전”으로, 장하나 의원안이 “이 법은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바탕으로 동물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 및 동물원에서의 동물의 사육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원을 건전하게 관리하고 동물원 내 사육동물의 복지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여 동물원 동물에 대한 인간의 책임과 동물의 복지 증진을 그 목적으로 하였던 것과 대조된다.

실제로 시행된 동물원수족관법을 잘 살펴보면 동물의 ‘복지’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어린이 대공원에서 사육사가 맹수에게 공격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한편, 국내 한 동물원의 바다코끼리 학대 영상이 공개되고, 지방의 군소 동물원의 동물들은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방치되는 상황에서 동물원·수족관에 갇힌 채 살아가는 동물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보다 ‘야생생물 등을 보전·연구하고 그 생태와 습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인간 중심적 시각에서의 행정적 관리를 위주로 한 법률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처음 시행된 제정법이니만큼 많은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 인간의 유희를 위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물원 또는 수족관에 갇히게 된 생명들에 대한 처우를 법적으로 보호할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제정 당시 기대가 무색해지지 않게, 앞으로의 개선 논의는 법률의 본질적 목적을 분명히 하고 실효적인 관리체계의 구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글  서국화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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