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축 전염병, 무책임한 살처분으로는 막을 수 없다

2018.04.3. 오후 6:09 | 칼럼•자료실

지난 29일 익산 참사랑 농장의 익산시장을 상대로 한 살처분명령 취소소송의 1심 마지막 변론이 있었다. 원고의 소송대리인을 맡은 PNR의 공동대표들은 ‘예방’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기본적인 조사 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이루어지는 살처분의 관행을 돌아보고, 멀쩡한 닭들을 ‘죽임’으로써 발생하는 혈세 낭비를 막아달라고 강조했다.

익산의 동물복지 농장인 참사랑 농장의 법정싸움은 작년(2017) 3월경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 2월경 참사랑 농장으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한 농장에서 조류독감 확진이 있자, 익산시장은 3월 10일 조류독감 발병농장으로부터 3KM이내의 양계 농장인 참사랑 농장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참사랑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닭을 전부 살처분 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당시 참사랑 농장의 닭들은 조류독감에 걸렸다고 볼만한 임상증상이 전혀 없었고 실제 2017년 2월 28일에 조류독감 음성판정을 받았다. 이에 농장주는 조류독감에 걸리지도 않은 닭들을 모조리 살처분하라는 익산시장의 명령에 불복하면서 같은 해 3월 13일 법원에 해당 명령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행정명령 취소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익산시장이 살처분을 강행할 것을 우려하여 집행정지 신청도 냈지만, 1심에서는 그 신청이 기각되어 강제로 살처분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다행히 광주고등법원이 농장주의 항고를 받아들여 익산시장의 살처분 명령 집행을 정지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드디어 1심의 변론이 종결된 것이다.

익산시장의 살처분 명령이 위법하다는 주장의 근거는 명확하다. 익산시장이 살처분 명령함에 『가축전염병 예방법』이 정한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해당 가축전염병에 걸렸거나 걸렸다고 믿을 만한 역학조사, 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경우”에 살처분을 명하도록 하고 있다. 살처분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농림축산식품부 고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실시요령』 제17조가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지역의 축산업 형태, 지형적 여건, 야생조수류 서식실태, 계절적 요인 또는 역학적 특성 등 위험도를 감안하여” 판단해야한다.

익산시장은 참사랑 농장의 닭들을 살처분하라고 명령하면서 위와 같은 구체적 사항들에 대한 조사, 검토를 한 사실이 없다. 살처분 명령은 단지 참사랑 농장이 발병 농장으로부터 반경 3K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내려진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익산시는 중앙정부가 살처분을 명령하도록 결정했기 때문에 본인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얼마나 무책임한 태도인가. 법률은 분명히 살처분명령은 시장, 군수가 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류독감 발병 시 닭들을 살처분 하게 되면 정부는 살처분 된 닭들에 대하여 발병 농가에게는 시가의 80%, 인접 농가에게는 시가 100%를 보상금으로 지급한다. 또한 6개월간의 평균 소득 지원, 입식 융자 등 여러가지 지원을 해준다.

기르던 닭들을 살처분 하게 된 농가들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지만, 보상의 전제는 살처분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다. 살처분 필요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살처분과 그에 따른 경제적 지원만을 내세우는 방식은 무분별한 살처분을 야기할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는 ‘경제적 손해’라는 이유가 사라지면서 살처분을 망설일 이유가 없어지고, 멀쩡한 닭들도 살처분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살처분의 필요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멀쩡한 닭을 땅속에 생매장 함과 동시에 보상금 지급을 위해 국민 세금까지 쏟아 붓는 등 이중 삼중의 손해를 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방식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가축전염병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축산업의 형태와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선행되길 바란다. 닭들을 A4용지 보다도 작은 공간인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고 있다. 돼지들도 몸을 돌릴 수도 없는 스툴에 가둔 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하는 잔인한 공장식 축산으로 길러진다. 이처럼 몇몇 동물들은 새끼를 낳고 고기를 제공하는 도구로서만 이용되고 있다.

동물들을 빽빽하게 가둔 공간에서 발생한 가축전염병은 인간이 손을 쓸 틈도 없이 확산되기 마련이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지 못하는 그냥 ‘쓸어버리는’ 살처분 방식이나 예방적 살처분의 방식은 절대 가축전염병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값싼 고기를 먹기 위해 만들어진 환경은 그 고기를 먹는 인간과 절대 무관하지 않다. 갈수록 육식중심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의 식습관이 애초에 개개인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인지, 고기를 팔아 이익을 남기는 자들에 의해 강화되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가오는 5월 10일로 예정된 참사랑 농장 소송의 선고가 그 시작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글: 서국화 공동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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