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논평] 익산 참사랑농장 살처분명령 ‘적법’ 판결 규탄

2018.06.19. 오후 5:37 | 활동•소식

PNR이 타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하고 있던 익산시 참사랑농장에 대한 예방적살처분명령 취소소송 변론기일에서,

1심 담당 재판부는 수 차례 피고 익산시에게, ‘당시 예방적살처분명령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근거로서, 어떠한 역학조사를 거쳤는지’를 물었습니다.

익산시는 지극히 원론적인 내용의 서면(그것도 역학조사의 내용이 아닌, 다른 농장들의 닭 사육현황, 발생원인, 오염가능성 등을 간략히 기재해놓은 것)을 낸 것 외에는, 어떠한 역학조사나 실태조사의 근거도 내어놓지 못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익산시에게 ‘살처분명령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조정을 권고하기에 이르렀고 익산시는 위 권고안을 수락하여 철회하겠다 하였습니다(이전까지 익산시는 자신들은 ‘철회권한이 없다’며 다투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참사랑농장주에게 간절히 필요했던 것은 살처분명령의 (사후적인) ‘철회’가 아닌, 명령 자체의 ‘위법’ 판단이었습니다. 익산시의 명령이 적법하게 남아 있는 이상 농장주는 여전히 범법자로서 형사처벌, 행정적 제재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농장주가 조정을 수락하지 않자, 5월 31일, 재판부는 보란듯이, 법규상 요건인 역학조사를 제대로 거치지도 않은 채 나아간 익산시의 예방적살처분명령이 ‘적법’했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참사랑농장주는 긴 고통 속에서도 항소를 결정하였고, 현재 위 소송의 항소심이 계속 중입니다. 부디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다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공동성명]

무의미한 생명 살처분의 폭주를 누가 막을 것인가 – 재량권 남용한 익산시와 이를 용인한 사법부를 규탄한다

동물희생이 극에 달한 잘못된 방역행정에 일침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역사적 심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익산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이 지난해 무의미한 살처분으로부터 닭들을 구하고자 익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살처분명령 취소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소를 기각하고 말았다. 5월 31일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2017년 2월 역학조사도 없이 참사랑 농장에 살처분 명령을 내린 익산시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이는 익산시가 살처분 명령을 철회하면 참사랑농장은 소를 취하한다는 법원의 조정권고안이 성사되지 않은 뒤였다.

공장식 축산 일변도의 국내 사육환경, 가축전염병의 상시적 발발, 생매장 살처분의 만연 속에 농장동물들을 응원하며 이 재판을 지켜봐 왔던 동물권행동 카라와 원고 참사랑 농장측 공동변론을 수행해 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그리고 동물권연구단체 PNR은 오늘의 판결 앞에 비통함을 감출 길 없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만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희생된 동물의 마리 수가 대한민국에 이미 8천만 마리를 넘어섰건만 여전히 기계적 살처분에 대한 각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역학조사는 허울조차 실종된 상태다.

익산시는 이번 재판 과정에서 참사랑 동물복지농장 닭들의 살처분을 결정하게 된 역학조사 근거 한 장 내밀지 못했다. 참사랑 농장이 발병농가로부터 반경 3km 이내 보호구역에 있었다는 말만 반복했을 뿐이다. 가축전염병예방법상 보호구역 내 살처분은 위험도 평가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가능한 예방적 살처분의 범주를 정하고 있다. 그것이 반경 3km이다. 하지만 익산시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자체를 참사랑 농장 살처분의 유일한 근거로 삼으며 역학조사의 부재를 스스로 드러냈다. 그리고 1심 재판부는 이러한 익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우리는 이것이 익산시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보며 오늘 사법부의 판단 역시 잘못되었다고 본다.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은 해당 조류독감이 지역서 발발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조류독감 비감염 판정을 받았었고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 도과 직후에도 비감염 판정을 받았다. 사육기간이 35일에 지나지 않는 계열화 육계 농장이 거의 대부분인 지역에서 참사랑 농장은 유일하게 산란계를 동물복지 사육해 온 곳이기도 하며 육계 농가에서 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때에도 참사랑 농장의 닭들은 건강했다. 최소한 역학조사는 했었어야 하지 않나.

더욱 괘씸한 건 익산시의 행태다. 익산시는 바이러스 최대 잠복기가 지나 예찰지역으로 전환된 시점에서도 달걀 출하가 가능해진 예찰지역 전환 사실을 참사랑 농장에 통보하지 않고 형평성을 들이대며 살처분을 계속 강행하려 했다. 당시 실효성 없어진 살처분 명령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스스로에게 철회 권한이 없다며 발뺌 했다. 결국 익산시는 해당 조류독감이 종식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살처분 명령도 철회하지 않았다. 참사랑 농장주가 살처분명령 취소 소송을 통해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그 집행정지가 항고심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더라면 5천 마리 닭들은 벌써 무고하게 살처분 되어 차가운 땅에 묻혔을 것이다. 하지만 닭들은 지금 보란 듯 살아남아 잘못된 방역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익산시는 법원에서 조정권고안을 내리자 마지못해 살처분 명령을 슬며시 철회했다. 철회 권한이 없는 건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 소송에서 묻고 싶었던 건 역학조사조차 없는 기계적 살처분 명령의 위법성이었다. 그리고 오늘 사법부의 첫 대답은 가슴 아프다. 역학조사 없는 기계적 살처분이 제멋대로 남발된 우려는 더욱 커졌고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무의미한 탁상행정 살처분을 목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장동물에 대한 탁상행정 살처분을 이대로 내버려둘 수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물을 것이며 사법부의 두 번째 대답은 부디 다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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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연구단체 PNR,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